슬로베니아를 사랑하는 이유 (남편 때문만은 아니랍니다)

솔직히 슬로베니아 사람인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슬로베니아가 어디 있는 나라인지 어렴풋한 아이디어 정도 밖에 없었어요. 구글지도를 보아도 슬로베니아는 기껏해야 작은 닭처럼 생긴 걸요. 슬로베니아에 관해 인터넷 검색을 해 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죠. 그런데 처음으로 슬로베니아에 들른 이후, 제 입장은 180도 달라졌어요. 또 다시, 저는 사랑에 빠졌답니다.

1. 푸르게 푸르게 너무나 푸르게

넘쳐나는 숲을 보면 슬로베니아가 유럽의 허파라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수도인 류블리아나까지 포함해서 어디서나 자연의 존재를 손에 잡힐 듯 느낄 수 있죠. 고층빌딩도 드물고, 시야를 가리는 건물 없이 산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저는 80명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 가운데, 산에 둘러싸인 농장에서 살고 있어요. 원하면 언제든 자유롭게 하이킹을 갈 수 있죠. 매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집 밖으로 내딛기만하면 별들을 볼 수 있고요. 자연이 이토록 가깝다는 점이 더할나위 없이 멋지죠.

(사진: 안나 장) 슬로베니아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제가 남편과 함께 사진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예요.

2. 알프스, 동굴, 지중해

슬로베니아는 참 작은 나라라 끝에서 끝까지 세시간 정도 운전하면 갈 수 있어요. 지루하게 들리시나요? 그 반대로, 이야말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점이예요. 다른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장거리를 운전해 갈 필요가 없다는 거죠. 알프스 산자락에서,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숲, 아름다운 포도밭, 강렬하게 인상적인 지하동굴들, 태양이 빛나는 지중해변에 그 밖에도 많아요.

(사진: 안나 장) 피란 (Piran) 반도의 해변: 피란의 해변에서 태양의 온기와 아드리아 해의 소금기 어린 바람을 피부로 느끼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이 곳의 가장 좋은 점이요? 고작 두시간 반 거리에 있다는 것이죠 (제가 산간지방에 산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멋진 점이죠). 피란의 아기자기한 길을 걸으면서 아이스크림을 즐기고 바닷가에서 비타민 D를 충전하죠. 더 이상 뭘 바라겠어요? 최고의 휴식입니다!

3. 짧고 달콤한 겨울

이건 다른 사람들에겐 그닥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저 같은 몬트리올(Montreal) 출신에겐 분명히 큰 이득이예요. 거칠고 길고 추운 캐나다의 겨울과 비교하면, 슬로베니아의 겨울은 부드럽고 온화한 편이예요.

한겨울에 기온이 떨어져도 0도 내외라 양파처럼 껴입을 필요가 없어요. 눈의 양도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에 완벽하고, 알파인 스키에서 눈썰매까지 겨울 스포츠에 부족함이 없어요. 겨울이 따뜻한 편이라서인지 더 짧게 느껴지고요. 질리지 않고 계절을 즐기기에 딱 좋은 정도랄까요.

4. 적은 교통량, 무수한 회전로(roundabouts)

슬로베니아에서 처음 눈치 챈 차이점 중 하나는 교통신호등이 없는 마을들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마을들은 회전로와 우선 신호를 사용하더군요. 교통신호등이 없기 때문에, 차량은 멈춤 없이 계속 움직이고 저는 교통체증에 묶인 적이 거의 없어요.

어쩌면 그저 슬로베니아에 차량이 적은 것 뿐인지도 모르지만, 교통흐름만이 아니예요. 슬로베니아에서는 사람도 적고 소란도 적은 가운데 삶이 조화롭게 흘러가는 듯 해요. 주변환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평화롭죠. 물론 사람들은 제가 지나갈 때마다 흔치 않은 아시아 여성의 존재를 궁금해 하지만, 다들 친절한걸요. 특히 제가 슬로베니아 말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요 (웃음).

(사진: 안나 장) 동화 속 풍경 같은 블레드 호수 (Lake Bled): 몽상가인 저는 어릴 적부터 동화를 좋아했죠. 처음 블레드 호수를 보았을 때, 꿈 속을 걷는 것 같았어요. 장면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가 매혹적이예요. 아름다운 호수 한 가운데 있는 섬 위에 세워진 교회, 높다란 절벽 위의 성채와 배경에 깔린 알프스 산맥까지.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5. 자연에서 바로 오는 음식과 연료

농업은 슬로베니아 사람들의 삶에 있어 중요한 일부이죠. 제 일상생활이 훌륭한 예입니다. 가족 농장에 살면서, 제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나서 어떻게 제 식탁으로 왔는지 확실히 알고 있죠. 제가 먹는 고기는 잘 방목된 건강한 우리 가축에서 온 것이고, 제가 매일 터키식 커피에 넣는 우유는 진하고 신선하고요. 우리 닭들이 낳은 달걀로 아침을 만들고, 정원에선 야채와 허브가 자라나죠. 집 주위엔 과일과 견과류 나무들이 자라고, 숲에선 버섯이 자라나요. 물은 맑은 지하수에서 끌어올려지고요.

농장일은 음식에 관한 것 만이 아니라, 섬세한 균형에 관한 것이기도 해요.

슬로베니아 가정에선 난방과 요리를 위해 장작나무를 쓰는 일이 드물지 않아요. 전통적이고 포근하고 경제적이죠. 장작나무는 주위 숲에서 가져오는데, 일석이조예요. 전기세를 줄여 주고 주변 숲을 정돈해 주거든요.

(사진: 안나 장) 세자나 (Sežana) 근처 리피차 종마 농장 (the Lipica Stud Farm)의 백마: 말은 언제 봐도 흥미로워요. 슬로베니아가 고귀한 백마 종자로 유명한 리피차네 (Lipizzaner)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알고 정말 행복했죠. 슬로베니아의 자랑이랄까요. 리피차 종마 농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넓은 초원이예요. 끝없는 듯한 초원에서 리피차네 말들이 거닐고 있죠. 게다가 다들 친근하고 경계심이 없어 사진 찍기도 좋아요!

슬로베니아가 어떻게 제 삶을 바꾸었는지

캐나다에서 슬로베니아로 이주한 것은 삶의 중대한 결단이었어요. 돌이켜 보아도 결단을 내리기 잘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장소에서 살게 되어 행복하고요. 제 생활방식은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닐지 몰라요. 하지만 저에게 맞는 걸요. 어떤 사람은 제가 꿈 속에서 산다고 말할지 몰라요. 어쩌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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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Giang

Anna Giang

Anna moved across the ocean for love. Hobbyist photographer with her husband, she keeps a personal blog about her adventures and discoveries about her new home, Slove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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