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백 (Christina Paik): 늑대 떼를 이끄는 여자

크리스티나 백‘이라는 이름은 거리패션의 세계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녀는 패션브랜드를 거느린 디자이너나 모델은 아니다. 크리스티나 백은 혁신적이면서도 간단히 정의하기 어려운 패션사진작가…라고 부르기도 곤란하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이 패션의 경계를 넘어선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에 올릴 즉석사진을 찍을 때든, 스튀시(Stussy)오프 화이트(Off-White) 같은 브랜드의 캠페인을 파고들 때든, 크리스티나 백은 그녀만의 예술을 진심으로 고집한다.

디지털 시대에 수많은 창작자들이 난데없이 나타나 자신의 작업만은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동시에 적지 않은 사진작가들이 같은 프레임을 생산하고, 후발주자들은 기존 작가들에게 미치지 못한다. 진실로 살아남는 작가는 몇 되지 않는다.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창작해내는 크리스티나 백은 자신이 창의적이라고 믿고 싶은 사람들이 되고 싶어하는 바로 그와 같은 종류의 인재이다.

크리스티나 백은 어린 시절 피겨 스케이팅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새로운 취미를 정해야 했다. 그녀는 사진을 선택했고 보스턴의 월넛 힐 예술고등학교를 거치며 기술과 재능을 길러나갔다. 그녀는 뉴욕의 파슨 디자인학교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지만 자신이 영감을 잃고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고 생각했다. 파리라는 도시가 그녀의 새로운 뮤즈가 되었고, 크리스티나는 도시의 미적감각을 흡수하며 그녀 고유의 스타일을 개발했다.

크리스티나 백을 굳이 정의하자면 초상 전문 사진작가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초상화는 구도와 각도가 비슷비슷하다. 초상화의 초점은 대부분 대상의 얼굴에 놓인다. 대상이 아름답게 찍혔더라도 이런 사진에는 이야기가 없다. 보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사진 속에서 마주보는 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부족하다. 대부분 아주 좋은 카메라로 찍은 아주 예쁜 사진에 그치기 마련이다. 

크리스티나 백은 초상화를 완전히 색다른 각도에서 찍어서 작품을 예상치 못했던 레벨로 끌어 올린다. 그녀는 대상의 얼굴에 의존해 분위기를 만드는 대신, 대상의 몸 전체와 배경을 이용해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제프 스테이플(Jeff Staple)의 1-2-1 시리즈 중 크리스티나 편의 에피소드를 보면, 그녀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 몸이 얼굴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고 느껴요.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대상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가죠. 피사체가 자연스럽고 진솔할 수록 더 신이 나고요, ‘이제 얼굴 찍습니다!’ 하고 찍는 것 보다는요.”  

크리스티나는 디지털 사진보다 필름 사진을 더 선호한다. 필름을 사용하면 사진을 전부 인화처리하고 나서야 결과를 점검할 수 있고, 촬영 도중에 수정 해나가는 것은 곤란하다. 그 때문인지 크리스티나 백의 사진을 보면 억지로 강요된 결과물이 없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중은 크리스티나의 작품 때문에만 그녀에게 끌리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어느 정도의 익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피사체들 못지 않은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크리스티나 백의 소셜미디어 채널들을 전부 합치면 수십만 명의 팬들이 그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대중에게 열려 있지만, 팬들은 오로지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그녀의 일상을 알고 싶은 갈망이 일어나는 것이다. 

2015년 초여름, 크리스티나는 책 ‘MEUFS’을 발간했다. 그녀는 책 출간에 맞추어 서울과 도쿄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크리스티나가 전세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 특히 파리에서 찍은 초상화들이 관람객을 기다렸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크리스티나의 ‘나’ 시리즈에 속하는 자화상들도 있었다. 이는 그녀가 도시에서 외부인으로서 기술을 갈고 닦는 시간, 그 와중에도 행복했던 상태를 기록하기 위해 파리에서 시작한 사진 프로젝트였다. 

크리스티나 백이 이방인처럼 느끼던 나날은 끝난듯 하다. A$AP Mob에서 한국 스타 CL과 G-드래곤까지 유명인사들이 그녀의 피사체가 되기 위해 몰려 들고 있다. 그녀가 패션사진계에서 거머쥔 지위를 노리는 자들은 많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과 특유의 미적감각을 따라잡을 작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그녀는 무리를 앞서 가고 있다. 

(사진 출처: 크리스티나 백 웹사이트)(이 기사는 2016년 9월 5일 April Magazine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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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yne Nuesca

Shayne Nuesca

Shayne Nuesca is an Asian-American blogger and freelance writer. She dabbles in photography, loves to travel, and documents her adventures on her personal blog, ShayneBlog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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