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베이글이 만나 완벽한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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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온라인 데이트의 세계?

내 나이 스물 일곱, 온라인 데이트가 생겨나고 유행하고 변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해 왔다.

처음에는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은밀한 작은 비밀처럼 느껴졌다. 비밀 회원제의 장막 뒤에 숨어서이긴 했지만,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틴더(Tinder)OK큐피드(OK Cupid)를 계기로 온라인 데이트가 거리낄 것 없는 유행으로 폭발했다.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내 소울메이트는 다른 사이트에 있나 봐’

안타깝게도, 온라인 데이트족의 급증과 동시에 실제 삶 속의 로맨스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인연을 찾는 사람들이 편하게 놀기만 원하는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여성들에겐 추가적인 고민들이 생겨났다. 온라인 데이트 참여자 비율상 여자 한 명당 남자 두 명인 상황에서, 원하지 않는 (게다가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는) 남자가 접근해 올 가능성이 높았다. 더 나쁘고 더 흔한 문제는 채팅 기능을 악용하는 낯선 사람들이 여성들에게 모욕적이거나 불쾌한 메세지나 사진을 보내는 경우가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온라인 데이트가 아주 쉬워졌으면서도 동시에 아주 어려워졌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물론 범블(Bumble)처럼 여자들에게 주도권을 주는 어플도 있다. 여성이 원하지 않으면 대화를 시작할 수 없다는 참신한 발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성 사용자를 모욕한 남성에게 회사 차원에서 맞선 #우리는애쉴리편(#ImWithAshley) 사건도 포함해서). 다만 말을 걸고 거절을 감수하는 것은 (대놓고 거절당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침묵까지!) 어떤 여성들에겐 겁나는 일이다. 아시아 여성들의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전통적인 데이트의 이상과 현대 여성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이미지를 함께 주입받으며 길러진 우리들 대부분 말이다.

커피 밋 베이글 등장

커피 밋 베이글의 초기 인터페이스.

그 와중에 커피 밋 베이글(Coffee Meets Bagel)이 나타나 ‘남자들은 고르길 좋아하고, 여자들은 까다롭게 고른다 (Men like selection while women are selective)’고 선언하며 이름을 알렸다.

초창기 사용자들은 어플 내에서 ‘베이글’이라고 불리는 매칭 상대방을 하루에 딱 한 명 소개받았다 (지금은 접근할 수 있는 ‘베이글’이 훨씬 많지만). 사용자는 베이글을 ‘좋아’하거나 ‘패스’할 수 있고, 심지어 베이글을 친구에게 선물하거나 친구에게서 가져올 수도 있다. 사용자와 베이글이 서로 ‘좋아’할 때에만 대화가 가능하다. 매칭 후보의 사진을 끝도 없이 ‘넘길’ 수 있는 틴더와는 정반대의 방식이다. 이와 같이 한정된 선택지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선택에 앞서 신중해지게 만든다. 양보다 질이랄까.

여성들을 위한 최고의 데이트 서비스라는 ‘커피 밋 베이글’ 브랜드의 뒤에는 강다운, 강아름, 강 수 세 자매가 있다. 사업가 부친을 보며 자라났고, 각자 MBA 학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다운은 스탠포드, 강아름은 하버드), 자매들은 자신들이 IT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CTO도 없이 어플을 만들고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다만 싱글여성으로서, 여성에게 불친절한 데이트 세계에서 겪는 친구들의 끝없는 고민들을 들어주면서,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2012년 런칭 이래, 커피 밋 베이글은 젊은 전문직 여성들을 위한 ‘안티 틴더’로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미국 벤처 캐피탈계의 큰 손 마크 쿠반이 TV쇼 ‘샤크 탱크 (Shark Tank)’에서 3,000만 달러를 제시하며 브랜드를 사들이려 했지만, 강씨 자매들은 더 큰 가능성을 보고 제안을 거절했다. 실제로 그 후 커피 밋 베이글은 시리즈-A 펀딩에서 780만 달러 투자를 받기도 했다.

당신의 데이트 생활을 바꿔 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강씨 자매들

왜 여성들이 커피 밋 베이글을 좋아하는가

커피 밋 베이글은 25억 건 이상의 ‘소개’와 5만 커플 이상의 성사 기록을 자랑하는데, 성사된 커플 중에는 강다운 본인과 현재 남자친구도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데이트 어플을 보면 사용자의 ⅔이 남성인 시장 상황에서 커피 밋 베이글은 여성 60 대 남성 40이라는 비율을 자랑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탐나는 숫자에 이를 수 있었을까?

커피 밋 베이글의 중심 사용자층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경제적으로 안정적이고 연애 관계에서 정착할 준비가 된 여성들이다. 그들은 진실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커피 밋 베이글은 사용자가 입력한 취향/기준, 페이스북 내 연결관계, 각 ‘베이글’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 등을 활용하여 선별과정에서 좀더 심층적인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상대방을 까다롭게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면, 거의 이력서 수준으로 자기소개를 작성하고 수백 개 질문에 답하라고 요구하는 OK Cupid가 낫지 않을까? 하지만 바쁜 도시 여성들은 몇 페이지의 질문지에 답하고 에세이를 쓸 시간이 없다. 또한 다른 어플과 달리 만날 수 있는 선택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은 효과적인 동기부여 역할을 한다. 엄선된 ‘베이글’을 패스하고 나면 다음 날까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즉, 커피 밋 베이글은 많은 시간을 빼앗지 않지만, 확실하게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구조이다. 치열한 컨퍼런스 콜 사이에 끼어드는 10분 커피 휴식처럼 말이다.

악마(아니면 큐피드?)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지 않던가. 커피 밋 베이글은 이름 자체에 ‘커피’와 ‘베이글’이 들어있다. ‘칵테일’이나 ‘불꽃’이 아니라. 온라인 데이트를 겁내는 사용자 입장에서도 이런 귀여운 이름을 보고 겁먹을 여지가 없다. 어플 내 화폐인 ‘콩’을 사용해 미스터리 선물상자를 열거나 게임처럼 ‘베이글’을 추가로 획득할 수도 있다 (역주: 고릿적 싸이월드 ‘도토리’를 연상시킨다). 이런 기능들을 통해 딱히 당장 데이트를 할 의지가 없는 사용자조차도 어플을 즐길 수 있다.

틴더가 비키니를 입고 해변에서 춤추는 모델들을 보여줄 때, 세상 다른 편에는 칵테일 파티보다 모닝 커피를 더 좋아하는 여성들이 있다. 데이트 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그닥 자신감을 느끼지 못하는, 그래서 커피 밋 베이글의 귀여운 디자인과 여성친화적인 데이트 조언들을 고마워하는 여성들 말이다.

작년에 커피 밋 베이글은 새로운 서비스 #숙녀들의선택 (#Ladieschoice)으로 어플을 업그레이드 했다. 매일 낮 12시, 남성 사용자는 21명의 베이글을 소개받게 된다. 남자들은 상대방을 ‘좋아’하거나 ‘패스’할 수 있다. 그러면 커피 밋 베이글은 여성에게 관심을 표현한 남성들 중에서 해당 여성을 위한 최적의 매칭을 골라 여성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정말 영리한 발상이 아닌가! 여성들은 이미 그들을 ‘좋아’하는 남성들 중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지 고를 수 있는 것이다. 최고로 즐거우면서도 위험부담은 적은 데이트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셈이다!

커피 밋 베이글이 최종답안일까?

홍콩에 진출한 커피 밋 베이글. 서울에는 언제 올 것인가.

2015년, 커피 밋 베이글은 동아시아 확장의 첫 걸음으로 홍콩에 서비스를 런칭했다. 앞으로 더 많은 아시아 여성들이 이 서비스를 즐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20대 후반 여성으로서 보건대, 풍부한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앞서 틴더의 아쉬운 점을 말하긴 했지만, 어떤 여성들은 ‘양’을 보장하는 틴더를 선호한다. 물론 ‘기다리다 먹는 밥이 꿀맛이라는 말’도 일리는 있다. 결국 양과 질 사이 균형의 문제일 것이다. 커피 밋 베이글이 완벽한 배합을 찾아냈는지는 좀 더 지켜 보기로 하자.

(이 기사는 2016. 8. 7. April Magazine에 처음 게재되었습니다)

Danielle A. Suleik
Danielle is a writer and a licensed physiotherapist in Manila, Philippines. She is passionate about women’s issues and open-world gaming like Fallout, Witcher and Sky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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