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왈

‘은 매일 아침 8시, 하루를 시작하는데 힘이 되는 문장을 카카오톡으로 배달해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봄 매거진은 매달 한 달을 정리할 만한 ‘왈’ 문장 세 가지를 골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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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316개의 물음표

며칠 전에 이런 문장을 봤어요. “그릇을 채우려고 하지 말고, 그릇의 크기를 키워라.” 뭐라도 더 담고자 했던 요즘, 반성하듯 그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더라구요.

처음으로 돌아가 그릇의 바닥을 매만지면서 ‘나’에 대해서 질문을 해보고 싶어요. 질문은 타성에 굳어있던 것들을 깨뜨려 시야를 넓혀주잖아요.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무려 316개의 물음표로 엮어진 이 시집을 추천드려요.

지상에서 누가 일을 더 열심히 할까
인간일까 아니면 곡식의 태양일까?

바다의 중심은 어디일까?
왜 파도는 그리로 가지 않나?

계절들은 그들의 셔츠를
바꿔야 한다는 걸 어떻게 알지?

빗속에 서 있는 기차처럼
슬픈 게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내가 멀리서 바라본 건
내가 아직 살아보지 않은 것인가?

파도는 왜 내가 그들에게 물은 질문과
똑같은 걸 나한테 물을까?

슬픔과 기억 중에서
어떤 게 혁대에 더 무겁게 달릴까?

우리의 삶은 두 개의 모호한 명확성
사이의 터널이 아닐 것인가?

포도를 영글게 놔두는 것과 따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힘든지 당신은 아는가?

눈물은 아직 흐르지 않은 채
작은 호수들에서 기다릴까?

구름들은 그렇게 많이 울면서
점점 더 행복해질까?

우리는 구름에게, 그 덧없는 풍부함에 대해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무지개는 어디서 끝나나,
당신의 영혼에서인가 아니면 지평선에서인가?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6월 14일: 내가 가장 못하는 말

넘어졌을 때 되도록 빠르게 일어서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간절히 바랐던 면접에 떨어졌을 때도, 누군가를 떠나보냈을 때도 금방 털고 일어났어요.

의연하게 잘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너 그냥 모르는 체하고 싶은 거지?”

집에 돌아와 마음 한 켠 숨겨 놓았던 감정을 들여다보았어요. 그날에서야 베개를 붙잡고 울 수 있었습니다.

빨리 털고 일어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 것 같아요.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괜찮아>, 한강

6월 28일: 손의 숙명

손은 몸에서 가장 섬세한 운동을 해요. 실제로 손뼈와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잖아요. 밥도 먹고, 일기도 쓰고, 카톡도 하고…

그런데 손이 생겨난 순간부터 손의 할 일은 따로 있대요.

손이 하는 일은
다른 손을 찾는 것이다

마음이 마음에게 지고
내가 나인 것이
시끄러워 견딜 수 없을 때
내가 네가 아닌 것이
견딜 수 없이 시끄러울 때

그리하여 탈진해서
온종일 누워 있을 때 보라
여기가 삶의 끝인 것 같을 때
내가 나를 떠날 것 같을 때
손을 보라
왼손은 오른손을 찾고
두손은 다른 손을 찾고 있었다
손은 늘 따로 혼자 있었다
빈손이 가장 무거웠다

겨우 몸을 일으켜
생수 한 모금 마시며 알았다
모든 진정한 고마움에는
독약 같은 미량의 미안함이 묻어 있다
고맙다는 말은 따로 혼자 있지 못 한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해야한다

엊저녁 너는 고마움이었고
오늘 아침 나는 미안함이다
손이 하는 일은
결국 다른 손을 찾는 것이다
오른손이 왼손을 찾아
가슴 앞에서 가지런해지는 까닭은
빈손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다
미안함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다

<손은 손을 찾는다>, 이문재

봄 매거진은 여성 창업가들의 비즈니스를 응원하며 편집방향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Comments

왈

"아침 8시, 하루를 깨우는 한 줄" 매일 머리 맡에 글을 놓아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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