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강력한 아시아 비즈니스 우먼들 – Part 1

포춘(Fortune)이나 포브스(Forbes) 같은 경제지는 매년 랭킹을 뽑아낸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 ‘올해의 기업인(Businessperson of the Year)’등. 그와 같은 랭킹이 기업이나 CEO의 브랜드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 기업인을 찾아 보기는 힘들었다. 눈에 띄는 여성 기업인이 없어서 뽑을 사람이 없는 것이냐, 미디어가 밀어주지 않아서 여성 기업인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냐 하는 닭과 달걀의 선후관계 같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포춘포브스 모두 슬쩍 여성 기업인 랭킹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여성 기업인 랭킹이 미국, 특히 백인 여성들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논란이 생겨나자 포춘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Most Powerful Women International)’ 순위를 매기고 포브스는 ‘아시아 파워 비즈니스우먼 50(Asia’s 50 Power Businesswomen)’을 따로 추리기 시작했다.

기업인이 실적으로 말하면 되지 미국 경제지의 인정이 뭐 중요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은 슈퍼스타들의 브랜드 가치는 그들이 운영한 기업의 실적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스타트업에서 다국적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업인의 캐릭터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 이제는 여성 기업인, 특히 아시아 여성 기업인도 스타가 될 때이다. 스타의 자질이 충분한 아시아 여성 기업인들을 하나씩 살펴 보자.

1. 추아 속 쿵 (Chua Sock Koong)

추아 속 쿵은 싱가포르 텔레커뮤니케이션 (Singapore Telecommunications. 싱텔) 그룹의 CEO로서 2013 아시아 비즈니스 리더쉽 포럼(The Asian Business Leadership Forum. ABLF)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 상(ABLF Woman of Power)을 수상하고, 2016년 포춘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4위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런 그도 경력 초기에는 회의실에 들어서기만 하면 회의에 참석한 남자들에게 차 따르러 온 비서로 오인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일들을 웃어넘기는 법을 배우게 돼요.” 시드니에서 열린 여성 최고경영자 연례모임(The Chief Executive Women’s annual ball)에서 추아 속 쿵이 한 말이다.

10년 전, 48세의 젊은 여성이 싱가포르 대표기업의 CEO가 되는 것에 대한 반발섞인 우려가 없지 않았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성 불평등지수를 매길 때면 싱가포르는 아시아 국가 중 그나마 상위이지만, 그래봐야 55위이다. 여성 기업가라면 쇼핑이나 화장품 같은 ‘여성적’ 업종에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하던 시절이었다. 통신업은 묵직한 기간산업에 해당하고, IT와 금융으로 먹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싱가포르의 핵심산업이기도 하다. 게다가 추아 속 쿵 전에 싱텔을 다스리던 수장은 싱가포르의 국부라는 리콴유의 아들이자 싱가포르 현 총리 리셴룽의 동생인 리셴양이었다.

모든 난관을 뚫고 추아 속 쿵은 CEO로 재직한 10년 동안 싱텔을 동남아시아 최대의 통신사로 키워냈다. 현재 싱텔은 싱가포르 최대 상장기업으로서 25개국에 걸쳐 6억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시장 가치가 640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기업이다. 추아 속 쿵은 정상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발빠르게 태국과 인도의 모바일 운영사들에게 투자하고 사이버보안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끊임없는 성장을 꿈꾸는 영락없는 사업가의 모습이다.

이제 추아 속 쿵은 후대의 여성기업인에 대한 책임감을 말한다. 그는 시드니 여성 최고경영자 연례모임에서 전세계적으로도 대기업의 여성 CEO가 5% 정도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하며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중간급 매니저 자리에는 여성이 늘어났지만, 최고경영진에서는 여성들이 여전히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예요. … 그리고 회사가 클수록 여성이 대표일 확률이 적어요.”

추아 속 쿵은 10년 동안 그와 같은 현실에 맞서온 것이다.

2. 동밍주 (董明珠)

포춘이나 포브스에서 전세계 백만장자 여성을 꼽으면 반은 중국이나 홍콩에서 나오고, 특히 자수성가한 여성 사업가의 2/3가 중국계 여성들이다. 어마어마한 사업력을 자랑하는 중국 여성 사업가들 중에서도 동밍주는 가장 강한 여성으로 손꼽힌다. “동밍주가 지난 자리에는 풀도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 라이벌들의 평이다.

지금의 동밍주는 세계 최대 에어콘 생산업체이자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거리전자(Gree)의 CEO이지만, 1990년도의 동밍주는 남편을 잃고 어린 아들을 고향에 둔 채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건너 온 36세의 구직자에 불과했다. 그 전에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서 15년 동안 정부 연구시설에서 묵묵히 행정직을 맡아 온 눈에 띄지 않는 여성이었고, 어릴 적에는 7남매 중 막내로서 군인이 되기를 꿈꾸던 평범한 중국 소녀였다.

동밍주가 입사할 당시 거리전자는 작은 에어콘 부품회사에 불과했지만, 동밍주는 말단 판매사원으로 입사하자마자 상부의 주목을 받았다. 입사한지 한 달만에 악덕채무자로부터 막대한 빚을 회수했고, 4년 만에 판매부장이 되었으며, 11년만에 CEO가 되었다. 동밍주는 중소기업이던 거리전자에 대기업다운 시스템을 만들고 온라인 판매방식을 도입하는 등 진취적인 경영방식으로 거리전자를 지금의 글로벌 대기업으로 만들었다. ‘차이나 드림’을 홍보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어도 그녀의 실제 삶보다 드라마틱하기는 힘들 듯 싶다. 실제로 그녀의 자서전이 TV드라마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에 정점을 찍듯, 동밍주는 중국 최고의 권력기관인 인민대회의에 의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동밍주에 대한 언론보도들을 보면 사업실력보다는 라이벌들을 향한 독설로 더 유명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거리전자를 제외한 6개 업체가 타도 동밍주를 외치며 연합한 일도 있고, 동밍주가 라이벌도 아니었던 샤오미를 깎아내린 일도 유명하다.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도 동밍주가 “남자처럼 가혹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다는 동밍주, 인맥도 미모도 없이 뇌물 한 번 쓰지 않고 중국 상업계의 전설이 된 그녀가 너무 ‘강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가혹한 평이 아닐까.

동밍주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제인 에어’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주위의 비난과 시련을 뚫고 올라서는 강한 여주인공들과 동밍주는 의심의 여지 없이 닮았다.

3. 왕 링 마르텔로 (Wan Ling Martello)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Nestlé)가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Walmart)의 임원이던 마르텔로를 CFO로 불렀을 때,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는 ‘중국 비위 맞추려고 무명의 중국계를 앞에 세운다’는 취지로 비꼬았다.

네슬레도 다른 유럽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을 믿고 성장 전략을 세웠는데, 그 중국 시장 내에서 네슬레의 성장이 저조했던 것이다. 실제로 네슬레는 2015년 4월에 마르텔로를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지역의 수장으로 선임했다. 중국 시장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 달라는 의미였다. 그 자체로 ‘지구를 구해 줘’ 수준의 어마어마한 임무인데, 마르텔로가 취임한지 2달 만에 아시아 시장의 알짜배기인 인도에서 대형사고가 터졌다. 네슬레의 핵심상품이자 인도인들에게는 네슬레라는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마기(Maggi) 인스턴트 국수가 식품안전 스캔들에 휘말린 것이다. 마르텔로는 이와 같은 위기를 신속하게 수습하고 사업을 정상화에 올려 놓은 것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2016년 6월, 네슬레는 내부 임원 중에 CEO를 선임하던 전통을 깨고 독일 헬스케어 회사의 CEO인 울프 마크 슈나이더(Ulf Mark Schneider)를 신임 CEO로 선임했다. 미국이나 유럽 각지에서 일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면서 최고 경영자들의 이너 서클에는 들어서지 못하는 아시아계 전문직 종사자들의 애환이 떠오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가 아니면 마르텔로가 승진했으리라는 보장도 없기는 하다. 이에 대한 마르텔로의 반응은 알려진 바가 없다.

최근 마르텔로는 또다시 실적 이외의 각도로 주목을 받았다. 성추행에서 개인정보 침해까지 온갖 스캔들에 빠져 CEO까지 사임한 위기의 기업 우버(Uber)가 마르텔로를 불러 들인 것이다. 우버로서는 2017년 4월에 허핑톤 포스트(Huffington Post)의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톤(Ariana Huffington)을 이사회에 넣은 이래 3번째 여성 임원이다. 우버가 마르텔로를 영입한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 날, 우버의 또다른 이사회 임원 데이빗 본더만이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을 야기했다. 우버의 성차별 문화를 논하는 토론 자리에서 말이다.

재기불능으로 보이는 우버에서 마르텔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꾸준한 경력과 검증된 실력에도 불구하고 ‘중국계’와 ‘여성’이라는, 그녀 개인의 성취와는 별 상관없는 특성으로 활용을 받아 온 마르텔로다. 이에 대한 그녀 개인의 생각은 여전히 드러난 바 없다.

(Part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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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jin Lee

Youjin Lee

Youjin Lee is editor-in-chief of April Magazine and South Korean private attorney. She divides her time between Asia and Europe, dreaming of writing a cozy murder mystery som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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