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강력한 아시아 비즈니스 우먼들 - Part 2

(Part 1에서 계속)

4. 권선주

전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여성을 선정할 때 한국은 중국이나 인도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단순히 인구규모의 차이 때문일까. 그나마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인데, 그는 앞선 비즈니스 우먼들과 달리 자수성가형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 외에 자주 언급되던 인물이 권선주 기업은행 전 행장이다. 그는 기업은행 여성 공채 1기 출신으로서 말단 행원에서 행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남성중심적인 한국 비즈니스계에서도 특히 남성중심적이라고 알려진 금융계에서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기도 하다.

포춘(Fortune)지는 권 전 행장이 한국 경제 둔화에 따른 도전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은행의 투자 포커스를 조선업 같은 침체산업에서 로봇, 스마트홈 기술 등 미래지향적 분야로 이끌었다고 평했다. 나아가 권 전 행장이 한국 시장을 넘어서 국제 금융의 허브인 뉴욕, 런던, 도쿄로 진출하고, 2015년 한 해에만 은행 이익을 11% 늘렸다고 전했다. 포춘지는 권 전 행장의 성적을 보면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도 예측했지만 권 전 행장은 2016년 말 퇴임했다.

권 전 행장은 40년 가까이 은행업계에서, 그것도 기업은행 한 회사에서만 일했다. 그 세월 동안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을까. 동기 55명 중 여자는 3명이었는데 그나마 다른 두 명은 결혼 후 은행을 떠났다. 남자동기들은 ‘술 마시고 사우나 갈 건데 같이 갈 수 없다는 이유’로 동기모임에도 부르지 않았다. 남자 동료가 ‘은행에서 열심히 하지 말고 집에 가서 장독대나 열심히 닦으라’고 하자, 권 전 행장은 ‘아무 말 없이 집에 가서 정말 장독대를 닦고 다시 나와서’ 일을 했다.

권 전 행장이 버티는 동안 강해진 것인지, 남달리 강인했기에 버틸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후자를 추측하게 하는 일화가 있다. 권 전 행장이 1992년 워커힐 지점에서 근무할 때, 부도난 중소기업 사장이 대출을 거부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영업시간 후에 찾아 와 칼을 들이밀며 위협했다. 권 전 행장은 침착하게 말했다. “여기서 칼을 휘두르면 내 인생이 아니라 당신 인생이 망가지는 겁니다. 정말 그러고 싶으세요.” 차분한 인상 뒤에 품은 강한 의지와 근성을 누가 이길 수 있었겠는가.

5. 누옌 티 푸옹 타오 (Nguyen Thi Phuong Thao)

누옌 티 푸옹 타오는 베트남 저가 항공 비엣젯 에어(VietJet Air)의 창립자이자 CEO이다. 인터뷰 영상 속 타오를 보면 가녀린 외모에 친절하게 웃는 모습이 앞서 소개한 동밍주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로 보인다. 그러나 타오와 동밍주 둘 다 같은 급에서 어울리는 거상 중 거상이다.

베트남에서 민간 항공사는 커녕 국영 항공사의 인지도도 높지 않던 시절에 타오는 거대한 성장 가능성을 내다 보았다. 그는 구 소련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시절부터 일본, 홍콩, 한국 등지에서 물건을 들여 와 그래도 명목상 공산국가였던 소련 내에서 판매하는 등 타고난 장사꾼이었다. 타오는 점점 더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항공 여행을 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비엣젯 에어를 런칭했다. 항공업계 경험이라곤 전혀 없던 타오가 모험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집요한 리서치의 힘이라고 말한다. “첫 아들이 생후 몇 개월 정도 밖에 안되었을 때, 저가항공에 관해 리서치를 시작했어요. 그 후로 10년 동안 항공업을 연구하고, 젯스타, 에어 아시아,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같은 비슷한 업체들의 CEO를 만났죠.”

덕분에 비엣젯 에어는 베트남의 유일한 민간 저가항공사로서 개업 5년만에 승객 규모에서 베트남 국영 항공사를 능가할 정도로 성장했다. 타오 자신은 베트남 최초의 자수성가형 여성 억만장자가 되었다. 물론 시장분석이니 리서치니 하는 것보다 비엣젯 에어의 악명(?) 높은 프로모션이 성공의 비결이 아니냐는 반문도 적지 않다. 2012년 비엣젯 에어는 승무원들에게 란제리에 가까운 비키니를 입혀 베트남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여성을 상품화했다는 비판에 대해 타오는 “아름다움과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답한다. 다른 항공사의 남성 CEO가 그와 같은 당당한 반응을 보였더라면 여론이 가만히 넘어갔을지 의문이긴 하다.

논란이 일거나 말거나, 타오의 야심은 국내선 위주의 저가항공에 머물지 않는다. 비엣젯을 “아시아의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만드는 것이 그녀의 목표이다. 에미레이트 항공도 중동의 작은 나라에서 출발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데 비엣젯 에어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냐는 것이다.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큰 흐름에서는 성장해 나가는 베트남 경제, 나날이 활발해지는 아시아 항공시장, 그리고 타오의 집념을 생각하면 멀지 않은 미래에 가능할 듯도 싶다.

6. 남바 토모코 (南場智子)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성 평등지수를 매기면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116위로 전세계적 하위권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바닥을 치는 순위에 민망할 마당인데, 도긴개긴으로 가까운 자리를 점하고 있는 것이 111위 일본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도 자수성가 백만장자 여성 사업가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 가운데 남바 토모코는 일본 대형 모바일 소프트웨어 사업자인 DeNA의 창립자이자 전 CEO로서 예외적 자리를 점하고 있다. 남바가 보유한 DeNA 지분을 고려하면 그녀의 시장가치는 5억4,500만 달러, 2013년에 이미 일본 부자 순위 47위였다.

남바는 창업 전에 이미 경영 수업을 마쳤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마쳤고, 세계 최대 컨설팅 펌인 맥킨지(McKinsey & Company)에서 일본 여성으로는 3번째로 파트너가 되었다. 1999년 남바는 맥킨지의 컨설턴트로서 기업들에게 인터넷을 활용한 신사업에 관해 조언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남바는 소니에서 So-Net 서비스를 담당하던 야마모토 센지 CEO와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남바는 미국의 인터넷 옥션 시장을 설명하며 소니가 일본 최초로 인터넷 옥션에 뛰어들 때라고 역설했다. 야마모토의 답은 간단했다. “그렇게 흥미진진하면 당신이 해보지 그래요?”

마침 남바는 사업을 제안할 수는 있어도 실현할 수는 없는 컨설턴트 직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그녀의 전문분야였고 CEO들에게 경영자문을 해 준 것이 벌써 몇년이었다. 본인이 사업을 시작하면 훨씬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온갖 실수를 다 저지르며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인터넷 옥션의 기본이 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외부에 맡겼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그 때문에 인터넷 공룡 야후에게 일본 최초 인터넷 옥션 사업자 지위를 빼앗기기도 했다. 2001년에 인터넷 옥션에서 인터넷 쇼핑몰로 사업모델을 바꾸고 나서야 지금의 DeNA를 만든 급성장이 가능했다.

가정사정으로 2011년에 CEO직에서 내려오기는 했지만, DeNA가 일본 야구팀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Yokohama DeNA BayStars)의 대주주가 되면서 남바는 2015년에 일본 최초 여성 야구구단주가 되었다. 이 정도면 맥킨지 파트너 자리를 걷어차고 나온 보람이 있지 않을까.


세상에는 돈 앞에서 치사해지는 사람들이 많다. 비즈니스계는 모든 참가자들이 돈을 바라보고 싸우는 곳이다.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 정작 비즈니스와 상관없는 이유로 상대방을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인종이든 성별이든 장애든 말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여성 사업가들도 일하기 바빠 죽겠는데 일과 상관없는 시련까지 두루 겪었다. 그리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들은 ‘여자치고 사업가 기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시아 여성치고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그저 열정적이고 근성 넘치고 통찰력 강하고, 무엇보다 일을 엄청나게 잘하는 것 뿐이다. 우리가 비즈니스 멘토에게 바라는 모습이 아닌가.

Youjin Lee
Youjin Lee is editor-in-chief of April Magazine and South Korean private attorney. She divides her time between Asia and Europe, dreaming of writing a cozy murder mystery someday. ✿ 에이프릴 매거진 편집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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