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더운데 책이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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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더운데 공항은 만원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땅끝마을까지 가본들 대프리카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더위를 피할 길이 없어요. 극장에 가면 ‘현실이 낫지 않냐’고 말하고 싶은 것인지 영화마다 전쟁과 투쟁이 가득합니다. 멀리 나가기도 귀찮은데 시원한 서점에서 책 한 권 사다가 동네 카페에서 읽어 보면 어떨까요. 진실로 호화로운 휴가가 아닐까요.

고르기도 귀찮아 하실 것 같아 최근 신간을 종목별로 추려 보았습니다.

[소설] 바깥은 여름 (김애란)


<두근 두근 내 인생>으로 유명한 작가 김애란이 5년 만에 펴내는 신작 소설집입니다. 제3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한 일곱 편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죠. 소설집의 문을 여는 작품 <입동>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의 부서진 일상을 따라갑니다.

사랑하는 가족, 익숙한 일상 등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의 상실감과 분노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어느 독자는 ‘습한 여름의 불쾌감을 날려주는 제습기같은 소설’이라고 평한 바 있습니다. 일상에서 한발짝 떨어진 휴가지에서 읽어 볼 만한 제목과 내용입니다.

[에세이]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히라마쓰 요코)

달밤에 체조하는 것도 아니고 잼은 왜 졸이는 걸까요. 저자 히라마쓰 요코는 맛을 탐구하는 미식가이자 수십 년 경력의 요리인이고, 전 세계를 누비며 맛과 맛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다니는 맛 탐험가입니다. 이 포근한 에세이집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어떻게 자신의 맛과 취향을 갈고 닦았는지 차분하고 사려깊은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잼은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졸인다. 세상이 완전히 어둠에 싸여 소리를 잃은 밤 살짝 씻어 꼭지를 딴 딸기를 통째로 작은 냄비에 넣고 설탕과 함께 끓인다. 그것뿐이다. 그러면 밤의 정적 속에 감미로운 향기가 섞이기 시작한다. 어둠과 침묵 속에서 천천히 누그러지는 과실을 독차지한 행복감으로 벅찬 기분이 든다.”

–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중

[심리] 나를 모르는 나에게 (하유진)

옛날 옛적에는 대학 4년 동안 청춘을 즐기고 졸업하면 취직했다는 것 같은데 요즘은 영어 유치원 시절부터 쉴 틈이 없다죠. 상아탑에서 교양을 배우기는 커녕, 대학생들은 성숙한 학생이자 동시에 사회인이 될 것을 강요당합니다. 둘 중 어느 것 하나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 가운데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연세대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이 책에 청춘을 위한 강의 한 학기 분량을 옮겨 놓았습니다. 대학생이든 대학 시절에 심리학 배울 기회를 놓친 사회인이든, 저자가 내주는 작은 과제들을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자신을 발견하고, 치유하고, 실행하는 단계별 수업은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든 한 번은 거쳐갈 과정으로 보입니다.

[경영] 사장님, 5시에 퇴근하겠습니다 (이와사키 유미코)

‘5시 퇴근’이라… 내가 외치기는 뭐하고, 옆에서 누가 외치고 한바탕한 후에 회사 방침이 바뀌어 주면 좋겠죠. 야근해 봤자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일하는 본인이 가장 잘 알지만, 분위기 읽지 못하고 괜히 말꺼냈다가 뒷감당을 해야 하는 사람도 본인이니까요. 일단 사내 도서관을 만든 다음에 이 책을 은근슬쩍 끼워 넣으면 어떨까요.

어느 나라에서나 야근의 성지라는 광고기획사에서 등골 빠지게 일하던 저자 이와사키 유미코는 ‘야근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화장품 회사 ‘랭크업’을 창업했고, 다행인지 당연인지 근로시간 단축과 생산성 상승을 동시에 이루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업문화를 널리 알리려는 일념으로 쓰인 이 책에는 ‘회의는 30분안에 끝낸다,’ ‘사내 이메일에는 의례적 문구 생략’ 등 창의력 없는 사장님도 즉각 도입 가능한 현실적 제안이 가득합니다.

[에세이] 명랑해녀 (김은주)

제주도가 사람이라면 치솟는 인기에도 시큰둥할 것 같습니다. ‘나는 원래 멋있었는데 왜 이제 난리야’ 하면서 말이죠. 이 책의 홍보문구는 ‘잘나가던 서울의 공예 디자이너 제주의 해녀가 되어 행복을 캐다!’ 궁금하긴 한데 왠지 카카오 스토리나 네이버 캐스트에서 이미 본 얘기 같습니다. 주저하지 마세요. 이 책은 ‘서울 사람 제주살이’가 아니라 ‘해녀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록되었다지만 우리는 해녀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그 유산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저자 김윤주는 제주 해녀학교에서 제대로 배우고 정식 해녀로 근무하면서, 고단한 해녀들의 현실에 기반해서 해녀의 문화를 알리고 있습니다. 힘듦과 우울함을 다 알면서도 그 안의 가치를 살려내는 모습은 말 그대로 어두운 바다에서 진주를 캐는 것처럼 멋집니다.

[인문] 여자의 독서 (김진애)

근래 인문학계의 페미니즘 열풍은 수십년 가뭄 끝의 소나기처럼 반가우면서도 물 들어왔다고 노를 너무 젓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죠. 시큰둥하게 지나치지 마세요. 이 책은 때를 잘 만나 시장에 나왔다기 보다는 그간의 유행을 한 번 정리해주는 듯한 무게감을 갖고 있습니다. 저자 김진애는 서울대 공대 동기생 800명 중 유일한 여학생이었고, MIT 박사 학위와 미국 타임지 선정 ’21세기 리더 100인’이라는 타이틀을 거쳐 대한민국 18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한 바 있습니다. 한편 그는 1남 6녀 중 셋째 딸이기도 했습니다. ‘칼을 갈고 닦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니 그 마음 알 것 같지 않나요.

저자는 이 책에서 <토지>의 박경리부터 <희망의 밥상>의 제인 구달까지 여성 작가들과 그들이 창조한 여성 캐릭터들을 살펴 보고, 독자로서 힘을 얻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못지 않은 한국 독서모임의 커리큘럼으로 추천합니다.

[소설]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한때 천재 소녀로 불렸지만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무대를 떠났던 에이덴 아야. 줄리아드 음악원 출신의 엘리트이자 유력한 우승 후보인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 음악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악기점에서 일하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28세 가장 다카시마 아카시. 그리고 양봉가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떠돌며 홀로 자유로운 음악을 추구해온 16세 소년 가자마 진. 이들 네 사람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마주칩니다. 치열한 경쟁과 그보다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거쳐서 우승을 거머쥘 사람은 누구일까요?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 온다 리쿠의 신작이자 2017 제14회 일본 서점대상과 제156회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폭풍같은 기록을 지닌 소설입니다. <피아노의 숲>부터 <노다메 칸타빌레>까지 음악을 묘사한 일본 만화는 흔히 보았지만, 소설로 음악의 힘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다니요. 글맛을 보기 위해서라도 펼쳐볼 만한 소설입니다.

[교양]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이해인)

말이 난무하는 세상이죠. 트위터부터 정치판까지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안물안궁한 동창 사촌네 시누이 일상사까지 페이스북을 타고 저절로 알게 되는 세상입니다. 말이 흔해져서일까요, 고운 말을 제대로 쓰려는 노력은 아직 유행을 타지 못한 듯 합니다.

그렇기에 민들레 영토 시절부터 깊이 있는 감성의 세계를 보여 준 이해인 수녀의 고운 말이 더 소중한 듯 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말 한마디 한마디 제대로 하는 법, ‘생명의 말’을 구사하는 방법을 설파합니다. 수도자로서 시인으로서 말의 힘을 알고 평생에 걸쳐 말을 가꾸어 온 저자답게, 추상적인 논의나 언어학적인 가르침이 아닌 살아있는 일화들이 글의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육아] 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아이 (송미경, 김학철)


딸이든 아들이든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세살박이든 다 큰 척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사춘기든,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 같죠.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엄마가 늘 함께 할 수 없으니 아이 스스로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할텐데, 이 마음 부분이 특히 어렵습니다. 엄마도 자라면서 마음을 지키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 걸요.

인기 육아 블로그 ‘힐링유’의 저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송미경과 남편인 정신과 전문의 김학철이 그 방법을 알려 줍니다. 아이가 잘되어야 엄마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엄마가 잘되어야 아이가 행복하게 클 수 있다고요. 말은 쉬운데 실천이 어렵죠. 이 책에는 일상 속에 흔하면서도 가장 난감한 사례들이 가득합니다. 아이가 맞고 들어올 때, 어울리고 싶은 아이와 친해지지 못할 때, 엄마도 호기심을 잃었는데 아이의 호기심은 지켜주고 싶을 때 등등 힘든 상황마다 엄마의 마음을 지키고 아이의 마음도 키우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봄 매거진은 한국 및 아시아 각국의 여성작가들을 응원합니다.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책이 있으면 댓글로 추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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