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자녀를 가진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2017 서울퀴퍼_부모모임 회원들

무지개같이 귀한 자식을 품은 어머님께

반갑습니다!!

얼굴도 뵙지 못했지만 세상에 있는 성소수자의 어머님들은 다 특별한 분들이기에 이렇게 인사드려요. 우리 성소수자 부모들은 처음 만날 때 말하지 않아도 애틋함을 느끼지요. 자식의 처지가 남다른 것을 알기에 부모들의 감회도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기에 가까이 있지 않아도, 같은 언어를 쓰지 않아도, 본 적이 없어도 이처럼 반갑답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트랜스젠더이자 양성애자인 자식을 두고 있는 엄마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걱정이 많겠다고, 혹은 어쩌다 그런(!) 처지가 되었느냐고 걱정 반 비난 반인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예전에는 걱정과 두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문제가 되는 것도, 나쁜 것도 아님을 알고 난 지금은 제 아이가 특별한 아이이고 제가 그 특별한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어머님께서도 처음 아이에 대해 알고 난 후 큰 충격과 슬픔을 겪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하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내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정체성과 지향성을 갖고 태어났을까 하는 분노. 또한 그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사회에서 평생을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두려웠을지도요. 자식이 커도 언제까지나 힘든 일은 대신 해주고만 싶은 것이 엄마 마음인데 내 자식이 평생 힘든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고통인지 잘 압니다.

혹시 아이를 야단치고 상처 준 기억으로 괴로우신가요?
괜찮습니다. 이제 이해하려고 애써주시잖아요.

지금도 어머님께서는 자신의 걱정보다 자식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에 이렇게 저의 말을 귀담아 들어 주고 계시니까요. 이 글에 관심을 가지시는 어머님의 사랑만 보아도, 어머님의 아이가 귀하고 행복한 아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제 아이가 저에게 커밍아웃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딸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부터 사내아이들 옷 입기를 좋아하고, 유치원 다닐 때에는 여자 아이에게 좋아한다는 편지를 쓰고, 중학교 때에는 “지금의 성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의사표시를 꾸준히 해 왔는데 그 때마다 “어려서 그래, 크면 달라질거야”라고 답변하며 아이의 호소를 외면해 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 아이는 주변에 아무런 정보도 없고 부모도 자신의 호소를 외면하는 상태에서 학교나 단체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혼자 고통을 겪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부모인 내 탓인 것만 같아 가슴을 치며 외면하는 사이에 당사자인 제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혐오의 시선이 가득한 세상에서 혼자 남겨져 날마다 심장에서 피를 흘리는 듯한 고통을 겪었을 것입니다.

2017 대구 퀴어문화축제

그런 저였는데 지금은 조금 변했습니다.

아이의 권유로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나와 부모님들과 이야기하고 공부하며 많은 걸 배웠습니다. 성소수자는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하여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타고 난다는 것을요. 그건 부모나 다른 누구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왼손잡이나 얼굴색이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요. 당사자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지도요. 네. 성소수자로 사는 것이 선택 가능한 일이라면 사회적으로 이렇게 비난 받기 쉬운 환경에서 누가 그 길을 선택하겠습니까?

사람들은 성소수자에게, 타고난 대로 살라고 말합니다. 네. 그 말이 맞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타고 났습니다. 타고 난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성소수자로 사는거지요. 남과 여 두 가지 성으로만 억지로 구분되어 살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몸부림치며 타고난 대로 살도록 도와 달라고, 살려 달라고 외치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아이의 성장기 동안 본의 아니게 입힌 크고 작은 상처를 생각하며 얼마나 미안해 했는지 모릅니다. 또한 이제 아이의 특별함에 겁을 내거나 스스로를 원망할 이유가 없다는 걸 알고 나니 세상에 당당하게 나아가 “내가 성소수자 부모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외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제 삶을 멋지게 바꿔 준 아이에게 고맙더군요. 성소수자라서 힘든 게 아니라, 성소수자를 이상하게 보는 주변의 시선이 힘들었던 거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제 아이와 다른 성소수자 아이들의 특별함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부모모임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으며 그 덕에 큰 힘과 위로도 얻고 있습니다. 또한 당사자인 아이들이 세상의 혐오와 폭력으로 인해 두려워할 때 부모들이 힘을 모아 아이들 앞에 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 퀴어퍼레이드 참가, 혐오 세력에게 대응하기, 성소수자 지지 활동 등 세상의 다양성을 존중하여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마이너스였던 성소수자 부모노릇(!) 이렇게 플러스로 갚아나가고 있는거죠!

어머님께서도 아이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울 때에는, 그냥 안아주세요. 힘들어도 그냥 안아주세요. 놀랍게도 아이들은 커밍아웃했을 때 부모님이 자신을 괴물처럼 여길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이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하는데 말이죠.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부모님들은 퀴어 퍼레이드에서 프리허그를 한답니다. “여러분~ 어서오세요, 안아 드릴게요!” 하면 성소수자들은 나이가 많든지 적든지 안기면서 울어요. 엄마들도 웁니다. 그냥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은 안도하고 고마워하고 살아 낼 힘을 갖거든요. 어머님께서도 아이의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고 안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꼭 말해주세요. “엄마는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너를 사랑한다”라고요.

성소수자가 조금 낯설어도, 자주 접하지 못해 대하기가 조금 불편해도 우리는 모두 다를 게 없는 소중한 지구 사람들입니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 때 더 세상이 더 나아진다고 믿습니다. 마치 여러 가지 색깔이 모여서 무지개라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만들듯이 말입니다.

어머님!

우리 그 날이 올 때까지 손에 손 잡고 같이 걸어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이름. 사랑과 염려가 큰 만큼, 그 힘으로 이제 “성소수자가 행복할 권리는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할 권리와 같다”라고 당당하게 외쳐 보아요. 빗방울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것처럼 우리 작은 힘을 모아 큰 세상을 만들어요.

함께 갑시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나비 (정은애) 드림.

2017 서울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하여 행진하고 있는 부모모임 회원들

성소수자 부모모임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가시화되면서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모도 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자녀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어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임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기도 하며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악화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신앙과의 갈등에 대해,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대해, 어떤 고민이든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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