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들에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South China Morning Post. “SCMP”)는 최근 “이것이 홍콩이다: 연애할 시간 없음, 결혼에 흥미 없음, 남자도 많지 않음”이라는 기사에서 홍콩의 혼인률 하락에 대해 논했다. 잠깐. “결혼에 흥미 없음”이란 자발적인 선택을 암시하는데, “남자도 많지 않음”이란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이 아닌가. 하고 싶은 얘기가 대체 무엇인가. 기사를 쓴 욘든 라투(Yonden Lhatoo)가 홍콩 중매사무소 메트르 다트(Maitre D’ate)를 운영하는 아리아드나 페레츠(Ariadna Peretz)를 인용한 부분에서 논지를 짐작할 수 있다. “홍콩 여성들은 경력에 너무 집중하다가 삼십대 후반이나 사십대 초반이 되어서야 자신들이 가정을 원한다는 것을 깨닫곤 하죠. 스스로 일을 어렵게 만들 뿐이예요,” 페레츠의 말이다. 라투는 이 말을 두고 “통계나 학술연구에서 얻을 수 없는 개인적 통찰”이라고 했다.

여성이 경력에 집중하다 나이가 들어서야 가정의 필요성을 깨닫다 보니 스스로 자기 삶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은 통찰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흔한 내러티브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말이다. 흔히 들어 본 이야기 아닌가. 현대 여성의 이기적 선택, 내려가는 혼인률, 추락하는 출산율, 천 년 넘게 지켜 온 사회가 불구덩이에 빠지는 묵시론적 예측.

한국의 혼인률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고 결혼에 임하는 여성의 중간연령(median age)은 2016년에 처음으로 삼십대에 이르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The Economist)는 2015년 기사에서 한국 성인 열 명 중 네 명은 혼인하지 않았고 이는 34개 OECD 국가 중 최고 비율이라고 보도했다. 비혼을 선택하는 한국 여성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일부 한국인들은 이 여성들의 “결혼 파업”이 이기적이고 비애국적이라고 혹평한다”고 언급했다.

호주 매체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중국 부모들의 가장 큰 두려움 하나가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결혼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와 같은 유행은 정부도 걱정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사에서 중국 내 성 불평등을 주된 원인으로 설명하면서도, “[중국관영매체] 대부분의 동정적 관심은 아내를 얻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미혼남성들에게 쏠렸다”고 언급했다.

연애 경험이 있는 젊은이조차 1/3 정도에 불과하다는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부의 경우 경력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피하기 위해서 – 점점 더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한, [출생률 전망에 관한] 좀 더 결정적인 전환점은 요원해 보인다”고 하고, 동시에 “직장에서 사랑을 찾으려는 일본 여성들은 [나이를 먹다 보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결혼을 ‘해야 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정말로 동아시아 여성들이 ‘결혼하기 싫어한다’고 생각하는가.

SCMP지는 온라인 데이트 사기 사건의 증가에 관한 기사에서 홍콩의 또 다른 중매인이자 데이트 중개 사무소 홍콩 매치메이커스(Hong Kong Matchmakers)를 창립한 응 메이 링(Ng Mei-ling)을 인용했다. 메이 링은 홍콩 여성들이 쉽게 데이트 사기를 당하는 이유는 “그저 외로운데다, 친구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인생의 다음 단계와 그에 상응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옮겨 감에 따라 남겨진 듯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아시아 여성들이 느끼는 결혼에 대한 압박, 특히 가족이 주는 압력은 여전히 팽배하다. 페레츠는 홍콩 여성들이 삼십대에 이를 즈음 받는 사회적 압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은 [음력 설날 전후로] 질문 공세를 피하기 위해 가짜 애인을 가족 모임에 데려가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일본 화장품회사 SK-II는 젊은 중국 여성들이 “잉여” 여성이라는 낙인을 벗어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내용의 광고로 중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중국 여성들에게 그만큼 간절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결혼하기 싫다고 개인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에서 결혼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높은 생활물가, 더 높은 주거 비용, 그리고 이를 조달하기 위한 장시간의 노동시간을 감안하면 결혼생활은 손에 닿지 않는 럭셔리로 보인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척박한 노동시장 때문에 연애, 결혼, 육아를 포기한 “삼포세대”로 불린다. 부부가 새로운 가정을 만들 공간을 원하고, 아이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와 같은 공간을 구할 수 없다면 결혼을 미루는 것도 같은 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개인적 선택에 앞서 주거공간을 조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선결조건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여성들에게는 또 다른 장벽이 있다. 중국에서 결혼한 여성은 여전히 취업시장에서 차별을 당하는데다 이혼한 여성을 위한 법적 보호도 충분하지 않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결혼하지 않는 여성을 비난하는 일부 한국인들은 여성들이 대부분의 가사 부담, 육아, 그리고 늙어가는 시부모를 돌보는 일을 떠맡기 바란다고 평했다. 결혼한 일본 여성은 “일과 가정의 요구를 균형잡기 힘들어서” 퇴직하는 일이 빈번하다. 일본 영자지 재팬 타임즈(Japan Times)는 여성이 임신했을 때 고용주가 퇴사하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강제로 직급을 낮추는 일이 너무 흔해서 “임신 괴롭힘(maternity harassement)”이라는 말까지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나아가 아이를 가지고 나면 경력을 타협하거나 포기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말이다. 당신이 어느 전문 분야에 수 년 간 시간, 에너지, 그리고 열정을 바쳐 왔다면, 그리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손으로 경제적 자유를 일구어 왔다면, 당신에게 경력을 포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희생이겠는가. 세상이 변하면 나이 든 세대나 젊은 세대나 새로운 기술, 새로운 문화, 그리고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현대 여성들에게 1960년대를 살아가던 그들의 엄마들처럼 행동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나이 들어 결혼하거나 아예 결혼하지 않는 것이 왜 문제인가. 누군가 출산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출산이 결혼의 주요한 이유거나 필연적인 결과라고 전제하는 것이다.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떤 부부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선택하고, 어떤 부모 (또는 편부모)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결혼만 놓고 보면, 대체 왜 ‘일찍’ ‘해야 한다’는 것인가. 페레츠는 SCMP지 기사에서 “당신의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이다”라는 셰릴 샌드버그의 말을 인용하며 “그러니 이 선택을 나중에 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기이한 주장이다. 만일 결혼이 평생의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면 특히 더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충분히 인생경험을 쌓은 후에야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논리적이지 않나.

동아시아 여성들에게, 어쩌면 모든 아시아 여성들에게 있어서 결혼을 할지 말지는 가장 힘든 선택 중 하나이다. 결혼을 하면 경력과 자유를 잃을 위험에 처한다. 결혼하지 않으면 사회적 압박과 개인적 외로움을 마주해야 한다.

언론과 정책결정자들은 어느 여성의 결혼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방대한 지식과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은 그 여성 본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결혼은 여성의 삶에서 가장 큰 선택 중 하나이다. 10달러짜리 립스틱을 충동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현실, 삶의 방식, 몸과 마음을 좌우하는 거대한 결정이다. 여성들은 아무 생각 없이 통계표로 걸어 들어가지 않는다. 어떤 여성은 결혼하고 싶어한다. 어떤 여성은 그렇지 않다. 어떤 여성은 결혼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비슷할 정도로 흔하다. 문제는 ‘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우리가 여성의 결혼을 사회적 문제로 논할 때, 그 목표는 각 여성의 선택을 돕기 위한 것이어야지 결과를 조작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화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통계에 의존하지 말고, 실제 여성들의 이야기부터 들어야 한다.

(이 글의 원문은 2017. 8. 6.자 April Magazine 기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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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jin Lee

Youjin Lee

Youjin Lee is editor-in-chief of April Magazine and South Korean private attorney. She divides her time between Asia and Europe, dreaming of writing a cozy murder mystery som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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