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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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art LaRu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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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매거진은 매달 한 달을 정리할 만한  문장 세 가지를 골라 소개합니다.


9월 7일: 어릴 적 내가 받고 싶었던 것

오늘의 왈을 걸며 오래도록 생각해봤어요. 분명 있었을텐데 잘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마치 어린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당신이 받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나요?

명심해라, 이제 너도 어른이라는 것을. 어른이라는 것은 바로 어린 시절 그토록 부모에게 받고자 했던 그것을 스스로에게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이 애정이든 배려든 혹은 음식이든.

너는 무엇을 엄마에게 받고자 했으나 받지 못했니? 네 마음은 뜻밖에도 너의 질문에 많이 울먹거리게 될 것이고, 너는 오늘 밤 오래도록 네 안에 사는 어린아이와 대화해도 좋겠구나. 오늘 밤은 충분히 기니까. 그리고 그 안의 아이가 훌쩍 아름답게 자라날 만큼 깊으니까.

사랑한다.

이 불공평하고 힘겨운 인생에서 그래도 우리가 이 불공평과 힘겨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며.

<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9월 14일: 잡생각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뭘 하나 하려고 하면 왜 시작부터 복잡해지는지 모르겠어요. 이것도 알아야 할 것 같고, 저것도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시작도 못 하고 가방만 무거워져요.

딱 하나만 생각하세요. ‘어디를 가려고 했는지.’ 그럼 지금 무슨 생각을 끄고 켜야 하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 겁니다.

예를 들면 나비 종류 중에는 어떤 나방들이 있는데, 암놈이 수놈보다 훨씬 수가 적어. 이 나방들 중에 암컷이 하나 있으면 밤에 이 암컷에게 수나방들이 날아오는데, 그것도 여러 시간 떨어진 곳에서 오는 거야, 여러 시간 떨어진 곳에서! 생각해 봐! 몇 키로미터 밖에서부터 이 모든 수컷들은 그 지역에 있는 단 하나의 암컷을 감지하고 추적해서 오는 거야! 사냥개가 눈에 뜨이지 않는 짐승 자취를 찾아 내어 따라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 일들이야, 자연은 그런 일로 가득 찼고, 아무도 그걸 밝힐 수 없어. 이런 말은 할 수 있겠지. 이 나방들에게서 암컷이 수컷처럼 흔했더라면, 수컷들의 코는 그렇게 예민해지지 못했을 거라고 말야. 수컷들에게 그런 예민한 코가 있는 것은 다만, 스스로 그렇게 조련을 시켰기 때문인 거야.

(…)

어떤 짐승이나 사람이 자신의 모든 주의력과 모든 의지를 어떤 특정한 일로 향하게 하면, 그는 그것에 도달하기도 하지. 그게 전부야.

<데미안>, 헤르만 헤세

9월 25일: “얼굴이 왜 그래요?”

출근길에 집 앞 단골 카페에 들러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저 몸살 난 걸 알아차리시고 유자차를 주신대요. 커피도 줄테니까 이것부터 먹으라고.

그날 청이 두 배로 든 유자차를 마셨어요.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우리 동네 카페는 가끔 엄마도 모르는 제 상태를 알아주는 공간이에요.

혹시 서울이 아니라 포틀랜드에 살았다면, 아마 ‘여기’에 자주 갔을 것 같아서 잡지를 읽다가 귀퉁이를 접어놨어요. 당신에게도 그런 공간이 있나요?

2003년 노스이스트 23번가에 문을 연 티 차이 테 Tea Chai Te는 14년 간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티 차이 테에 하얀색 벽으로 대표되는 인스타그램용 인테리어는 없습니다. 2014년 이후 대두된 미니멀한 디자인은 최대한 지양합니다. 포틀랜드 사람이라면 이곳을 쾌적한 집처럼 인식할 거예요. 2000년대 초반 트랜드와는 무관하게 오직 ‘느슨함과 여유로움’을 생각하며 공간을 디자인했기 때문이죠. 14년째 이곳을 찾는 손님도 처음 방문한 사람도 자유롭게 어우러집니다. 티 차이 테가 추구하는 건 이렇듯 경계없는 삶입니다.”

티 차이 테를 찾는 고객 대부분은 이곳의 ‘영원성’에 매료됐다. 변하지 않는 건 공간만이 아니다. 차를 만드는 수공예 방식부터 일하는 직원까지 모두 그대로다.

“저길 보세요. 어림잡아 120가지 재료가 담겨 있을 거예요. 저기서 원하는 재료를 선택해 자신을 위한 특별한 차를 블렌딩할 수도 있습니다. 덕분에 이곳은 종종 약국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현재 기분과 몸 상태 등을 직원에게 얘기하고 차를 만들어달라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꽤 낡은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겐 조금 구식이라도, 오래된 친구 같은 편안한 쉼터가 필요하죠.”

<매거진B> 포틀랜드 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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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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