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맥신 홍 킹스턴(Maxine Hong Kingston) - ‘여전사 (The Woman Warr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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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내가 자라서 아내이자 노예로 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여전사 화무란의 노래를 가르쳐 주셨다. 난 여전사로 자라날 수 밖에 없었다.”

맥신 홍 킹스턴(Maxine Hong Kingston)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문학 공동체 내에서는 거인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회상을 허구나 전설과 함께 섞어 내는 독특한 능력과 더불어 언어를 잘 자아내는 것으로 유명하죠. 무엇보다도 그녀는 아시아계 미국 여성들 가운데 주도적인 문학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킹스턴은 어떻게 이런 명성을 얻게 되었을까요? 회고록과 전설의 매혹적인 조합, <여전사(The Woman Warrior)>를 써 내면서입니다.

<여전사>는 킹스턴의 자전적 이야기를 주축으로 삼고, 그녀와 모친 사이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킹스턴은 이 책 속에서 중국계 미국여성으로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갈라지는 자신의 정체성을 탐험해 나갑니다. 이 책 전체에 걸쳐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여성들의 관계가 가득하죠.

킹스턴은 자신과 같은 여성들의 고민을 빈틈없이 포착하고 있습니다. 킹스턴의 어린 시절, 어머니는 그녀에게 중국에서 딸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나쁜 일이라고 강조했죠. 아들들은 일을 하거나 싸움에 나갈 수 있지만, 딸들은 먹여 살려야 할 입들에 불과했으니까요. 킹스턴의 부모님은 기회만 생기면 그녀와 자매를 팔아버리거나 결혼시켜버리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킹스턴은 이 위협이 실현될지 모른다는 어린 시절의 두려움을 성인이 될 때까지 흘려 보내지 못했죠. 킹스턴은 또한 이런 전통적인 가치관에 기반해서 착한 중국 소녀들은 수줍고, 질문을 받아야 대답을 하고, 가사에 능숙해야 한다는 말을 몇 번이고 거듭해서 들어왔습니다. 자라서 하녀나 아내가 되길 희망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안된다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어머니, 어린 킹스턴에게 구시대의 가치관을 가르쳤던 바로 그 여성이 킹스턴이 살면서 만난 사람 중 가장 강인한 여성이었습니다. 킹스턴이 처음 만난 여전사는 바로 어머니였던 것이죠. 킹스턴의 어머니는 중국어로 ‘용감한 난초’를 의미하는 이름으로 불렸죠. 그녀는 중국에서 의사이자 전통 한의사였고, 허무의 경계선에서 영혼을 불러 되돌려 올 수 있는 강한 영적 존재였습니다. 그녀는미국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도 강인함을 잃지 않았고, 딸들에게 ‘착한 중국 소녀’의 장점을 역설하면서도 전설적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죠. 그리고 그녀는 옛날 이야기 속 전사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고 가족들을 위해 싸우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옛날이야기들은 얼마나 대단한지요! 어머니의 끈기에 관한 추억에서부터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승려들에게 훈련을 받은 여전사들까지. 킹스턴의 문장은 꿈 속 장면들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특히 추억과 전설이 섞인 ‘백호들’의 장에서 언어에 관한 킹스턴의 능수능란함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이와 같은 기술을 시도하지만 제대로 구사하는 작가는 거의 없죠. 킹스턴 자신은 이와 같은 화술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확실히 그녀 자신의 언어야 말로 킹스턴의 문장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어머니는 우리가 잠들 때까지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난 어디까지가 이야기이고 어디부터가 꿈인지 구별할 수 없었고, 어머니의 목소리는 꿈 속 주인공들의 목소리로 이어지곤 했다.”

킹스턴은 <여전사>에서 중국계 미국여성에 관한 인상적인 초상화를 창조해냈습니다. 연약한 처녀와 여전사, 구시대적 가치관과 서구사회의 기대치 등 이중적인 정체성을 그려냈죠. 그리고 킹스턴의 회상이 얼마나 과거의 시간과 장소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불문하고, 이 책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제 자신의 경험과 킹스턴의 경험 사이에는 몇 세대의 간격과 다국적 결혼이라는 분기점이 자리잡고 있지요. 하지만 제 삶에서 바로 건져 올린 듯한 문단들을 읽으면서 놀랐습니다. 킹스턴이 묘사하는 가족 안의 역학관계, 결코 완전하게 설명되지 않는 전통을 둘러싼 혼란, 고집 센 의지와 전투적 마인드로 가정을 지키는 자기주장 강한 어머니의 모습까지. 저도 전부 알아 볼 수 있었거든요.

<여전사>는 출간 당시 중국계 미국인 여성 한 세대 전체에게 기념비적인 책이었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그녀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이와 같이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되돌이켜 본 적이 있었을까요. 제 세대에게 있어서도 맥신 홍 킹스턴은 선구자적 존재로 존경받고 있지만, 그녀의 책을 실제로 읽기 보다는 그저 언급하는 경우가 더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리뷰를 통해서 젊은 세대의 아시아 여성들이 킹스턴의 놀라운 글을 발견하기를, 그리고 자신 안의 여전사를 포용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줄 수 있는 이 소설을 집어 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글은 2016. 8. 26. April Magazine에 처음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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